[루트쇼] 오프더레코드 (퍼오인 전력 60분) (늘보맛님 리퀘)
(*쩜오디의 오프레=현실이지만 이 이야기에서는 극 중 이름이 본명이라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현실의 배우와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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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세 번째 시즌이 무사히 끝나고, 제작팀과 배우들이 모여 작은 파티를 가졌다.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까지는 반 년 정도가 남았고, 이미 오더도 받고 구체적인 계획도 짜여 있어서, 다들 이 휴가의 시작을 마음 놓고 즐기는 분위기였다. 시즌 3을 찍으며 배우들 사이가 꽤 좋아져서 뒤풀이 분위기는 한층 더 즐겁고 왁자지껄했다. 시즌2까지만 해도 사이가 서먹서먹했던 루트-그로브스와 쇼도 제법 친해졌고, 아예 사이가 좋지 않았던 리스와 쇼의 관계도 상당히 호전되어 지금은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리스와 쇼가 각각 들고 있는 독한 알콜도 두 사람의 이 친밀한 분위기에 큰 기여를 하고 있기는 했다.
“하, 하하, 그래서 그때 해리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큭크크크 헛소리 좀 그만 해.”
“헛소리라니. 쇼 너는 그 때 없었잖아. 사만다가 얼마나 배역에 몰입했던지, 진짜 무서웠다고. 해리가 진지하게 연기하는 척해서 ‘루트’를 달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그래, 그래. 여기 있는 전부가 루-트- 손에 황천길로 가 있겠지.”
음.. 어쩌면 리스와 쇼의 사이는 그다지 호전되지 않은 지도 모르겠다. 평소처럼 리스의 허풍에 쇼가 빈정댔고, 평소처럼 쇼의 빈정댐에 리스의 표정이 험상궂어졌다.
“이봐 쇼, 니가 나중에 들어와서 잘 모르나본데.”
“이봐 리스, 니가 내 인생에 나중에 끼어들어서 잘 모르나본데, 내가 너보다 사만다랑 친하거든? 사만다가 그럴 리가 없잖아. 장난 좀 친 건데 니가- 아마도 너만- 눈치를 못 챈 거겠지.”
마시던 잔을 내려놓고 아예 병을 앞으로 끌어와 마시는 쇼를 보며 리스가 잠시 큰 숨을 들이쉬었다. 그래, 쇼가 많이 취했군. 취한 애 붙잡고 싸워봐야 내 꼴만 우스워지지. 리스가 콧김을 뿜으며 쇼가 마시는 술병과 비슷한 술병을 끌어와 아직 다 비우지 않은 잔에 따랐다.
“어쨌거나 그때 해리는 정말 믿음직스럽고 멋있었어. 너도 해롤드가 멋있다는 건 부정 못하겠지.”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리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아까 이야기에 말을 보탰다. 쇼가 마시던 술병을 내려놓으며 턱에 흘러내린 술을 아무렇게나 손으로 닦으며 대꾸했다.
“아, 그래. 그건 부정 못하지. 핀치는... 조금 고지식하긴 하지만 괜찮은 사람이야.”
“해롤드가 고지식하다고?”
“응. 너도 그건 아니라고 못하겠지?”
“무슨 소리야. 해리만큼 융통성 있고 순발력 있고 사고가 유연한 할ㅇ, 음.... 나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본 적이 없는데.”
“그래 어쨌거나 할아버지긴 하잖아. 나이가.”
리스가 말하려다 삼킨 단어를 굳이 다시 꺼내 얘기하는 쇼 때문에 리스가 끙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둘 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이 의미 없는 말싸움이 여기서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스는 대화를 끊지 않았다.
“하지만 나나 사만다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고.”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사만다랑은 내가 더 친하다니까.”
“너야말로 어떻게 그렇게 자신해? 사만다 불러올까?”
“나 참, 부르나 마나지. 사만다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데!”
“뭐? 니가 모르나 본데 나 사만다랑 같은 동네 살아.”
“나는 같은 동네 안 살아도 매주 쉬는 날마다 만나서 같이 젤라또 사먹는다구.”
“나는 사만다가 먹어보라면서 맛있는 빵도 직접 갖다 준 적 있어.”
“아 그러셔? 나는...”
잠시 뒤 독한 술은 다 떨어지고, 똑같이 맥주병을 놓고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티격태격하는 쇼와 리스 뒤에서 핀치와 그로브스가 그들을 근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핀치, 저기 둘 다 너무 많이 마시는 거 같지 않아요?”
“그러게요. 제가 가서 말려볼까요?”
“아뇨, 제가 가볼게요. 이제 여기도 거의 파장 같으니 사민을 아예 데리고 가는 게 좋겠어요.”
“그래요 그럼. 좋은 밤 보내요, 미스 그로브스.”
“당신이 그렇게 부를 때면 꼭 ‘루트라고 불러줘요.’라고 하고 싶어진다니까요.”
말없이 부드럽게 웃는 핀치에게 그로브스도 마주 웃으며 “핀치도 좋은 밤.”이라고 덧붙였다. 그로브스는 자신과 쇼의 겉옷을 챙겨 아직도 누가 그로브스와-또는 핀치와 더 친한지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러-니-까- 사만다는 날 좋-아-한다고.”
“그거 1급기밀인데 어떻게 알았어, 사민?”
리스에게 한 음절씩 강조해가며 그로브스 얘기를 하고 있던 쇼의 어깨가, 그로브스의 목소리에 눈에 띄게 움찔했다. 리스와 쇼가 동시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색한 웃음으로 그로브스를 맞이했다. 둘 다 본인들이 얼마나 유치한 말다툼 중이었는지 자각은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기밀사항을 남들 다 듣게 떠들면 어떻게 해.”
“...들렸어?”
“반대쪽 바에까지.”
“난... 별 말 안 했어. ....아마도. 먼저 가 봐도 되겠지? 굿나잇, 사만다.”
창피함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는 쇼를 두고 리스가 재빠르게 자리를 떠나며 그로브스의 뺨에 굿나잇 키스를 했다. 그걸 본 쇼가 황급히 고개를 쳐들며 그로브스와 리스를 번갈아 쳐다봤다.
“방금 무슨?!? 리스 말대로 둘이 그렇게 친해?”
“우리 벌써 3시즌 째 같은 드라마를 찍었는데, 이정도야.”
“정말...? 맙소사... 진짜.....?”
“뭐가 그렇게 충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샘, 내가 널 약간 더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야.”
그로브스가 쇼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 그로브스의 말에 쇼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입을 삐죽 내밀고 불퉁하게 대꾸했다.
“약가안?”
“여기서는.”
그로브스가 단호하게 말하며 쇼 앞에 가방과 겉옷을 내밀었다. 쇼가 푸푸 소리 내며 바 스툴에서 내려섰다. 내려섰다기보단 스툴에서 그로브스의 품으로 옮겨갔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쇼가 넘어지지 않게 그녀를 끌어 안은 그로브스의 품에서 쇼가 해맑게 활짝 웃었다.
“그럼 빨리 많이 좋아하는 곳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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