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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소설 중 '세인트 메어리 미드 타운'의 노부인 '제인 마플(통칭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책 13권을 읽고 씁니다.

 

 

 

 

 

목록

 

- 목사관 살인사건(1930)

- 화요클럽의 살인(13개의 사건)(1932)

- 서재의 시체(1942)

- 잠자는 살인(1976, 이야기 내적 시간 흐름 상 여기)

- 움직이는 손가락(1943)

- 살인을 예고합니다(예고 살인)(1950)

- 마술 살인(1942)

- 주머니 속의 호밀(1953)

- 패딩턴발 4시 50분(1957)

-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1960)

- 깨어진 거울(1962)

- 카리브해의 비밀(1964)

- 버트램 호텔에서(1965)

- 복수의 여신(1971)

 

(총 14권이지만 단편집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1960)'은 읽지 못함.)

 

 

 

딱 한 출판사를 정해서 읽은 게 아니라 가장 빠르게 구할 수 있는 각종 판본으로 읽음. 워낙 유명하니까 따로 링크를 달지 않음.

 

아 근데 이 리뷰를 쓰면서 제목 제대로 찾아보려고 검색 했다가 아직 읽지 않은 아가사 크리스티 책들의 스포를 왕창 당함. 미친 인간들아 추리소설 리뷰 쓰면서 스포 예고도 없이 다 까발리는 게 어디 있어. 아........................................................ 

 

 

 

이 포스팅에는 절대 스포가 없습니다. 스포방지도 없이 스포하는 인간들 다 내성발톱 돼라.

 

 

 

 

 

가장 재미있는 책은 '살인을 예고합니다'와 '주머니 속의 호밀'이었고 '깨어진 거울'과 '카리브해의 비밀'도 재밌었음.

 

'화요 클럽의 살인' 혹은 어떤 판본은 '13개의 사건' '13가지 수수께끼' 등등의 제목으로 출간됐던데 암튼 이건 약간 사건 단편집..? 비슷한 형식이라 13개의 사건 중에 적어도 한 두개는 읽는 사람 취향에 맞을 것 같음. 나는 단편 중엔 '방갈로에서 생긴 일'이 가장 재미있었음. 소제목이 이게 맞던가...? 순서상 거의 끝에 나온 사건인데 정확한 소제목을 찾기 위해 검색을 하지는 않을 것임. 이미 너무 빡치는 스포를 많이 당함....... 스포한 블로거 진짜 실직해버려라.

 

 

 

 

 

각 편에 대한 감상을 적기엔 스포가 들어갈 수밖에 없고, 딱히 그렇게 감상을 길게 적을 스토리들은 아니라서 그냥 13권을 한꺼번에 포스팅하기로 했다.

 

타임킬링용으로 슉슉 읽기 좋음. 사실 추리소설들은 다 타임킬링용이 아닐까? 각종 범죄와 빈번한 살인과 박진감 넘치는 추격씬과 감춰진 음모와 서서히 드러나는 인간의 추한 민낯을 나는 안전한 곳에서 읽을 수 있고,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책을 덮고 말랑말랑한 다른 책을 펼칠 수도 있다. 생각도 막 깊게 안 해도 됨. 책을 끝까지 읽기만 하면 문제는 풀리니까.

 

 

 

그리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은 독자를 감정적으로 힘들게 만들지도 않는다. 어거지로 범행 동기를 짜맞추고 범죄자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이런 게 별로 없음. 아가사 크리스티 본인 생각이 그런 건지, 아니면 특히 미스 마플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시리즈 전반적으로 흉악한 사건이 반드시 엄청나게 숭고하거나 혹은 상상도 못하게 악랄한 이유 때문에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깔려있음.

 

(미스 마플에 따르면) 범죄 동기는 그렇게까지 다양하지 않다. 돈 아니면 자존심 아니면 사랑(을 빙자한 집착 같지만)이 원인이고 그것들이 따로 분류하지 못하게 엉켜 있는 경우도 있다.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편들에는 심리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게 매력의 전부는 아니고 문장 자체도 엄청 잘? 써서 그냥 별 내용 없는데 한 줄만 읽어도 눈물나게 좋고 재밌고 그랬음. 

 

 

등장인물들끼리의 심리전도 괜찮지만 독자와 벌이는 심리전이 진짜 재밌다. 가장 유명하고 가장 재밌는 책으로 꼽히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읽는 사람을 속이는 그런 거.

 

 

 

 

누구를 믿을 것인가?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가?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누구고 속이는 사람은 누구인가? 속아넘어간 사람은 누구인가? 누가 잘못된 진실을 믿고 있으며 진실을 본 사람은 누구인가? 누구의 감정이 진짜고 누구는 자기가 속은 줄도 모를 정도로 멍청한가....

 

진실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가 하는 말이 다 진실인 것은 아니다. 진실을 말하려고 해도 그 말에 진실만 담겨있지 않을 수도 있다. 

 

 

 

 

트릭은 훌륭한데 재미가 진짜 더럽게 없는 경우도 있었음. 굳이... 재미 없는 것의 제목을 말하진 않을 것이지만... 이야기에 담긴 인물들의 심리나 감정, 얽히고 풀려가는 관계, 이동하는 마음과 새로 그려지는 지형이 구리면 사건 트릭이 개쩔어도 재미가 없었다. 재미 있는 책은 (심리전과 별개로) 저런 스토리도 훌륭했음.

 

남자 너무 쓸데없이 많이 나와서 재미 없었던 책 제목은 말하겠음. '패딩턴발 4시 50분' 남자들이 하나같이 매력이 없는데 매력적이란 설정으로 나옴...... 

 

 

 

 

결말을 예측 가능한지/불가능한지와 재미가 없는지/있는지는 별개인 거 같음. 그리고 가끔 정말 이해 안 되는 설정빵꾸 같은 게 보이는데 그런 게 있다고 해서 막 반드시 몰입도를 해치고 재미가 없어지고 이렇진 않음. 읽으면서 아 이게 대체 왜 재밌지... 근데 재밌어....... 뒷내용 알 것 같은데 책을 못 놓겠어... 자야 되는데 못 자겠어.... 할 때가 많았다.

 

아 근데 재미 없게 본 편은 자꾸 트집잡고 싶어져서 설정구멍마다 의문 제기한다.

 

 

 

 

 

13편이나 몰아서 읽으면서 느낀 점은... 아가사 크리스티는 독자랑 하는 심리전에 강하다는 것이고 한 사람 글 스타일만 계속 보니까 대충 누가 범인이 확실히 아닌지는 알겠음. 어쨌거나 19세기에 태어난 영국 백인이라 계급주의,,, 레이시스트,, 은은한 여혐,,, 뼈헤테로.... 중매쟁이 결말.. 이런 것들이 (뒤로 갈수록) 점점 뚜렷하게 보이는데, 그게 내가 이 사람 책 하도 많이 읽어서 점점 더 잘 읽히는 것인지 아님 말년에 그런 성격을 글에 (더더욱) 감추지 않게 된 건지는 모르겠음. 좀 재수없지만 유럽 대륙인들 은근히 무시하는 건 좀 웃겼다. 이 영국인아ㅠㅋㅋㅋㅋㅋㅋㅋ 

 

 

 

 

안 좋았던 점도 같이 얘기했지만 그래도 백남이 쓴 책보단 소수자혐오가 덜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추천함. 글고 사실 재미 없다고 한 책도 재미가 막 너무 없지는 않음. 아가사 글 진짜... 어케 한 문장만 읽어도 '대체 이게 왜 재밌지?!?!?'할 정도로 잘 쓰는 바람에 재미의 기준 상향평준화 됨......

 

 

 

 

 

 

(사족) 달래된장 시작할 때 혼자 정한 목표가 '여자가 쓰고 여자가 주인공인 책 위주로 읽자'였는데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다.

 

 

Posted by 얼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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