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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4.15 [화동용주] 사랑?

[화동용주] 사랑?

기타 / 2017. 4. 15. 20:59

 저는 재연 관극을 딱 한 번 했습니다. 제가 본 회차 내에서 캐붕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투나 퍼플살롱 설정에 대한 건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변명












뮤지컬 078 436 (재연)

[김화동/김용주]





 용주의 첫 출근날이었다. 모든 무대가 끝나고, 뒷정리는 애들에게 맡기고 먼저 환복하러 대기실로 들어가는 화동을 용주가 뒤따랐다. 대기실에 도착한 화동이 어깨 너머로 힐끔, 용주를 쳐다보곤 그대로 의자에 손을 짚고 섰다. 용주가 나가야 옷을 갈아입을텐데, 손가락으로 등받이를 톡톡치는 화동이 뭘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용주는 그땐 몰랐다. 그날은 그랬다. 기다리다 못한 화동이 먼저 말을 걸었다.



 "왜 그러고 서있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아서."


 "그래."



 그러고도 한참을 꾸물대던 용주에게 화동은 다시 물었다. 너무 많은 짜증을 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 꾹꾹 누른 목소리였다.



 "더 할 말 있니?"


 "제가 집을 나온 이유는..."



 화동이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이 바닥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딨겠니." 일전 용주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할 때 화동이 했던 말이었다. 그게 굳이 말할 필요 없고, 별로 듣고 싶지도 않다는 뜻이라는 걸 용주는 역시 몰랐다. 눈치 없는 샌님에게 눈치를 가르쳐 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화동은 이미 시작된 이야기를 끝마치게 해줄 정도로는 다정했다.



 "따로 정인이 있는 거 아냐?"



 화동의 말에 용주는 작게 숨을 들이켰더랬다. 저만 아는 비밀을 들킨 것 같아서.



 "어, 어떻게, 아셨어요?"


 "뻔하지 뭐. 원치 않는 혼례를 하는 여자들이야 조선땅에 널리고 널렸지만, 다들 그러고 산다고 생각하면서 참고 살잖니. 참, 왜 그러고들 사는지. 그 여자들이 도망칠 용기를 내는 순간이, 다 그렇더라고, 사랑. 아무리 매 맞고 등골이 휘게 일하고 박대 당하고 그래도 그런 건 다 참고 살았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순간부터는 못 견디겠는 모양이더라. 웃기지. 그 전에 도망쳤으면 남편 욕이라도 편하게 할텐데, 결국 바람 난 여편네라는 소리 듣는 건 여자란 말야. 심지어 유부녀랑 바람난 양아치는 어느샌가 쏙 빠져. 같이 도망가자 하는 놈들도 그렇게 믿음직스러운 놈들이 아니거든. 여자는 항상 혼자 남지."



 화동은 거기서 입을 다물었지만, 눈으로는 말했다. '마치 지금의 너처럼.'이라고. 용주는 그에 반박할 수 밖에 없었다.



 "옥, 아니, 저희는, 아니 저는, 그런, 그런 게 아니에요."



 화동의 긴 긴, 그러나 용주 입으로 들었으면 훨씬 더 자질구레하고 길었을 사연의 요약을 들은 용주의 반응은 그랬다. 자긴 아니라고. 화동은 그 반응마저도 다른 여자들과 똑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아냐?"


 "아니에요."


 "사랑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런 건 아니에요."


 "흐응."



 화동은 믿지 않았다. 믿지 않는단 눈치를 일부러 주었다. 화동은 용주를 빨리 내보내는 것을 포기했는지 아예 용주 쪽으로 몸을 돌리고 탁자에 걸터 앉았다.



 "그런 것이 아니다?"



 용주가 뭐라 반박하기도 애매하게, 화동은 혼잣말로 노래부르듯이 흥얼거렸다.



 "그런 것이 무얼까, 학교까지 나온 분에게 그런 것이 무얼까나."


 "화동씨."


 "왜?"


 "화동씨가 다르게 생각하신다는 건 알지만, 저는 그... 사랑...을 한다고 해서 꼭 육체적 관계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화동이 고개를 돌렸다. 갑작스레 터진 웃음을 감출 생각이었겠지만, 용주가 이미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아챈 뒤였다.



 "사랑한다고 꼭 닿을 필요가 없다면 김용주씨는 왜 집을 나왔을까?"


 "그건...!"



 화동은 이번엔 대놓고 소리내 웃었다. 용주는 그런 화동이 불편했다. 하지만 대들 순 없었다. 어쨌거나 화동은 용주에게 지낼 곳을 찾아주고 일거리를 주고 돈을 벌게 해준 사람이었다. 용주의 표정을 읽은 것인지, 아님 웃을만큼 웃은 것인지, 화동이 웃음을 그치고 용주에게 다가왔다. 화동의 제안대로 차려입은 남성복은 용주에게 퍽 잘 어울렸다. 화동이 용주의 셔츠 깃을 만지작댔다.



 "사랑해도 꼭 닿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도 육체적 관계를 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말이야."



 갑작스럽게 가까워진 한 사람 분의 온기에 용주는 몸을 떨었다. 화동이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인지, 어느새 용주 뒤로는 벽이 서있어 더 물러날 곳도 없었다. 화동의 숨이 용주의 목덜미와 귓가에 닿았다. 목젖 없이 매끈한 목을 감추려 바투세웠던 깃은 진즉 허물어져 있었다. 용주의 목을 감싸쥔 화동의 손은 부드러웠다. 바싹 붙은 화동을 피하려 고개를 돌려봐도 들이키는 숨은 이미 온통 화동이었다.



 "화, 화동씨."


 "왜?"



 아까처럼 반문하는 화동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나른했다. 용주는 자켓 안쪽까지 들어온 화동의 손을 잡아 멈췄다.



 "좋아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육체적 관계가 있어도 좋아하진 않을 수 있다가 됩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이런... 이런다는 말이 아니라요."



 용주의 수줍지만 또박또박한 말에 화동이 피식, 그러나 기분 좋게 웃었다. 바람 빠지듯 빠져나간 화동의 웃음 끝은 이상하게도 서글펐다.



 "나보다 많이 배웠으니까 니 말이 맞겠지."



 자조 섞인 말이었으나 아쉬움이 담긴 말은 아니었다. 화동의 말이 이어졌다.



 "꼬마 학자님, 정말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심장이 아릴 정도로 사랑하는데도 몸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면, 나한테도 그 방법 좀 알려줘."



 화동은 무슨 말인지 채 이해하지 못한 용주를 대기실 밖으로 쫓아내고 문을 닫았다.







 그런 일이 있었다. 화동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용주는 이제는 알겠다고, 제 옆에서 이불로 몸을 말고 잠든 옥임을 보며 생각했다. 여전히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과 꼭 몸을 섞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경우는 화동이 맞았다. 화동씨, 당신이 궁금해 하는 걸 알려줄 사람은 따로 찾으셔야겠어요. 지금 여기가 아닌, 나중에 다른 곳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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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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