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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3.27 [이경유진] 저수지 2
  2. 2014.12.22 닥터 브랜드와 미스 카일 1

[이경유진] 저수지

기타 / 2017. 3. 27. 00:45


더케이투 최유진과 불야성 서이경의 크로스오버입니다

불야성은 20화 끝나고 서이경이 한국에 남을 걸 가정했고 더케이투는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입니당


크오라서 설정 구멍이 있을 수도 있고ㅠㅠ 나중에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수정될 수도 있어요...()




더케이투 안 보신 분들은 이것만 아셔도 돼여(스포 아님) 

최유진 남편은 장세준이라는 무소속 국회의원이고 혼외로 숨겨둔 딸이 스페인에 있습니다

(+JB는 최유진 동생이 회장으로 있는 회사 이름입니다)


불야성 안 보신 분들은... 뭘 아셔야 할까요... 서이경이 최유진만큼 야망인간이고 능력 쩌는 CEO라는 거..? 자기 부하(여)직원이랑 사귀고 있다는 거?(아님





















[불야성 서이경/더케이투 최유진]



-



 내가 대체 왜 이 사람에게 끌렸을까, 유진은 그런 질문만큼 의미 없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대체로 감정이 시작된 후에야 가질 수 있는 의문이었고, 이유를 알게 된다고 해서 이미 시작된 감정이 멈춰지거나 통제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김실장은 저의를 알 수 없는 인물을 집에서 만나는 것은 외부에, 그리고 당사자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걱정했다. 오해가 아닐지도 모르겠단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당사자는 눈치를 빨리 채줄수록 좋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유진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마찬가지로 소파에 앉아 차분하게 사업 계획을 얘기하는 이경을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찬찬히 살펴봤다. 사택에서 본 이경은 파티장에서 본 이경과는 느낌이 달랐다. 웨이브 없이 내린 머리와 색조가 거의 없는 화장은 이경을 더 차갑고 딱딱해 보이게 했지만, 드레스 대신 입은 케이프 코트는 꽤 귀여웠다. 유진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이경의 목소리는 내내 담백했다.





 “사모님께도 해되는 제안은 아닐 겁니다.”


 “해가 되지 않는 정도로는 부족하죠.”



 미소를 머금은 두 눈이 서로를 응시했다. 먼저 눈을 돌린 것은 이경이었다. 이경은 고개를 돌려 소파 뒤에 서있던 조이사를 불렀다. 조이사는 들고 있던 그림의 포장을 벗겨 이경과 유진 사이의 탁자에 올려놓았다.



 “약소하지만 제 성의입니다. 사모님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어쩌죠, 내가... 그림은 잘 몰라서. 봐도 좋은지를 모르겠네?”



 유진은 그림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계속 이경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미소를 지우지 않은 얼굴로 이경이 일어섰다.



 “그거 안타깝네요.”


 “나는 가도 좋다고 한 적 없는데.”


 “제가 드릴 말씀은 끝났습니다. 이제 사모님 결정만 남았죠.”



 이경은 유진에게서 등을 돌렸다. 서재를 나서려는 이경과 조이사 앞을 김실장이 막아섰다.



 “이 그림, 얼마에요?”



 이경이 다시 돌아서자 유진과 바로 눈이 마주쳤다. 그림은 여전히 조이사가 올려놓은 그대로 놓여있었다.



 “파는 게 아니고 선물로 드리는 겁니다.”


 “알아요. 하지만 가격은 있을 것 아니에요?”


 “제 호의에 값을 매기라 하시네요.”


 “세상에 가격이 없는 건 없으니까.”



 이경이 유진에게로 한 걸음 가까워졌다. 조이사가 뒤따르려 했으나 이번에도 김실장에게 막혔다. 조이사는 순간 얼굴을 구기고 김실장을 쳐다봤다. 김실장은 정면의 유진만 보고 있었다.



 “제가 보여드린 미래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던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따로 원하는 게 있으셨나 보네요.”



 유진은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오는 이경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손짓으로 김실장에게 나가보라 명령했다. 김실장은 잠시 이경을 노려봤다가 서재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이경은 잠깐 조이사를 돌아봤다. 세로로 주름 잡힌 미간을 보고 이경이 고개를 까딱였다. 조이사가 입을 꾹 다물고 숨을 크게 쉬더니 김실장이 잡고 있는 문으로 먼저 나갔다. 김실장이 따라 나가며 마지막으로 유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닫힌 문 너머로 두 개의 구둣발 소리가 멀어지고, 거실 바깥으로 통하는 문까지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경이 선 채로 유진을 마주봤다. 유진이 부드럽게 웃었다.



 “이제 편하게 말해 봐요. 전 대통령 라인은 무너트리고, 5선의원이 내민 손도 거절하고, 하필 가진 거라곤 좋은 이미지뿐인 장세준을 택한 이유.”


 “장세준 의원님께만 있는 게 있죠.”



 유진이 짐짓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우리 장의원한테만 있는 거? 그게 뭘까?”


 “어떤 여자.”



 유진이 코웃음을 쳤다.



 “찌라시에 돌 염문설이야 이미 파다하지.”


 “그것보다는 가족사에 가깝죠.”



 이경의 말에 유진이 표정을 굳혔다. 이경이 유진에게 웃어보였다.



 “성씨는 다르고.”



 유진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이경은 기억을 더듬는 척 갸웃하며 눈을 굴렸다.



 “그러니까... 그 여자 이름이...”


 “너 그 입만 벙긋해.”


 “최유진.”



 속삭이듯 불린 이름에 유진이 허를 찔린 것처럼 멈칫했다. 뭐?



 “사모님이 계시다는 얘기였습니다만.”



 이경이 순진한 표정을 지어냈다. 그나저나 와인 좋아하세요? 요즘은 스페인산도 많이 들어오더라구요. 여유롭게 말장난이나 치는 이경의 페이스에 이미 휘말려버렸다고 생각하며, 유진은 짧게 숨을 들이켜고 구겨진 얼굴을 억지로 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에요?”


 “말씀드린 대롭니다. 재단 자금 운용권을 넘기세요. 본격적으로 선거운동 시작 전까지 최소 세 배, 당선 전까지는 최소 아홉 배 키워드리겠습니다. 임기 중에는 말할 것도 없구요. 저와 손잡으시면 당장 내일부터도 JB측에 서포트 요청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요 아까 들은 얘기네. 자금을 불려주겠다라...”


 “그렇습니다.”


 “그리고 입도 다물어주고?”



 떠보는 말엔 이경은 속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저 작고 동그란 머리통에 고안나에 대한 무엇이 어디까지 들어있는지, 어떻게 알게 됐는지, 억지로 알아낼 방법이 없진 않겠지만 유진은 당장은 이경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 대가로 수익의 반을 달라?”


 “더 이상 최회장 눈치를 볼 필요도, 때마다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도 없어지는 값으로 그 정도면 비싸진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지. 오히려 싸지. 너무.”



 유진이 일어서서 이경에게 다가갔다. 팔짱을 끼고 천천히 이경 주변을 거닐며 유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진이 걸음을 딛을 때마다 부드러운 소재의 셔츠가 유진의 몸에 감겼다가 떨어지며 일렁였다.



 “좋은 거 싸게 사고 싶은 게 당연한데, 이상하게, 난 좋은 게 싸면 의심부터 되더라구요? 반드시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거 같아서.”


 “신중함은 장점이 될 수 있죠.”


 “당신도 나랑 똑같잖아.”



 유진은 또각거리던 발을 멈췄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마주보면 상대방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친다. 이경은, 유진의 눈을 통해 무얼 보고 있으려나.



 “손해는 안 보고, 뺏을 수 있는 건 다 뺏고, 빼앗지 못하면 뺏을 수 있게 만들고. 그렇잖아?”



 유진의 말에 이경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경이 늘어트렸던 팔을 들어 유진의 허리를 감았다. 얇은 셔츠는 이경의 손마디 굴곡까지 그대로 전해줬다. 유진은 숨을 들이쉬었다. 더 가까워진 간격에 유진이 몸을 뒤로 뺐지만 중심을 잡지 못해 결국 이경에게 기댄 꼴이 됐다. 이경의 팔은 유진의 예상보다 더 단단했다.



 “놔.”


 “그런 얘길 하시려면 김실장님과 조이사님을 내보내지 마셨어야죠.”


 “뭐하는 거야?”


 “모르는 척 하시려면 그렇게 집요하게 쳐다보지 않으셨어야 했구요.”



 유진은 이경의 어깨를 밀어내던 팔에서 힘을 빼고 크게 웃었다. 아예 이경에게 몸을 맡기고 눈꼬리에 눈물이 맺힐 때까지 웃던 유진은 한참 만에 이경의 코트 어깨에 마지막 웃음을 뱉었다.



 “자기 목적은 결국 JB잖아.”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대표, 장사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거짓말도 잘하네?”



 유진의 귓가에 이경이 실소를 흘렸다. 유진의 목이 뻣뻣해졌다.



 “사모님도 저와 같다고 생각했는데.”



 유진이 짧고 높게 웃었다. 유진은 이경의 어깨를 붙잡고 흐느적거리는 몸을 지탱했다. 말랐지만 키가 큰 유진이 휘청이자 이경도 조금씩 밀려 소파 헤드에 걸터앉게 됐다. 유진이 몸을 조금 떨어트리고 이경의 얼굴을 봤다.



 “정말 돈만 원하는 거야?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고, 단지 돈 때문에?”


 “돈이면,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물론... 차고 넘치지.”



 유진의 시선이 이경의 이마에서 콧대로, 콧대를 따라 입술로 내려갔다. 이경의 시선도 유진의 노골적인 시선을 따라갔다.



 “우리는 좀 더 좋은 시간에, 좋은 인연으로 만났을 수도 있었는데.”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다만.”



 유진은 한 번 더 경쾌하게 웃었다.



 “오늘 서대표 덕에 많이 웃네. 자기가 점점 더 좋아지려 그래. 그런데 어쩌나, 내 주변에 JB를 노리는 승냥이는 더 이상 필요 없는데.”



 싱글거리며 말하는 유진에게 이경은 대답 대신 허리에 감았던 손을 움직여 유진의 등을 쓸어 올렸다. 이경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장의원님의 여자들만 있는 게 아니었나보네요.”



 유진은 이경의 어깨를 아프게 눌렀다. 이경이 목 아래로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건방지게 굴지 마.”



 이경은 조금 찡그린 얼굴로 순순히 유진의 허리를 놔주었다.



 “협상은 결국 결렬인가요? 아쉽네요. 우린 서로에게 정말 좋은 파트너가 됐을 텐데.”


 “하, 좋은 파트너라, 내 생각도 그래요. 그러니까 내 제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건 어때요? 나는 이미 새로운 제안을 했고, 이제 결정은 서대표 몫이에요.”



 이경이 눈을 내리깔았다. 유진이 이경에게 기댄 자세 그대로 고개를 기울여 이경과 다시 눈을 맞췄다. 이경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았다. 신기함 반, 믿기지 않음 반으로 유진이 헛헛하게 웃었다.



 “이런 제안 받아본 적 없어요? 단 한 번도?”



 이경이 대꾸 없이 유진을 외면하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



 “저도 사모님도, 두 번째가 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 같네요.”



 유진은 이경이 결정을 내리지 못해 고민한 게 아니라 단지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말을 골랐을 뿐임을 깨달았다. 유진이 새침한 표정으로 이경에게서 떨어졌다.



 “그렇겠지. 우린 결국 같은 사람이니까.”



 이경이 구김이 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동안 유진은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을 훑어보는 유진에게 이경이 옅은 웃음을 보였다.



 “제가 많이 아쉬우신가봅니다.”


 “착각하지 마. 이번 건 지금 놓치면 다신 잡을 수 없는 퀸을 눈앞에 둔 초조함 같은 거니까.”


 “퀸이요?”



 유진과 만난 이후 처음으로 이경이 소리 내어 짧게 웃었다.



 “체스를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참고할게요.”


 “참 고맙네요, 다음 선물까지 생각해주고.”


 “다음 선물이 있다면요.” 



 미소를 지운 두 눈이 서로를 응시했다. 이경이 유진에게로 몸을 숙이고 낮게 속삭였다.



 “앞으로 사모님은 오늘 이 순간을 두고두고, 점점 더 뼈저리게 후회하게 되실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다시 몸을 세우는 이경의 눈빛은, 다정하다는 착각이 들만큼 따뜻했다. 나가기 전 이경은 탁자에 놓인 그림에 잠시 시선을 두었다.



 “저 그림은, 지금은 유명하지 않은 작가 것이지만 그 사람 곧 유명해질 거예요. 제가 그렇게 만들 예정이니 잘 보관하세요.”



 이경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유진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경의 발소리가 채 다 멀어지기도 전에 김실장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곧 문이 다시 열렸다. 유진은 자신의 안색을 살피며 다음 스케줄을 얘기하던 김실장의 말을 잘랐다.



 “클라우드 나인으로 가자. 서이경에 대해 알아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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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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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에이젼트4일까 아닐까 한참 생각했으나... 아닌 걸로 하기로...< 

(근데 a4 카테고리가 너무 오래 비어있어서 그냥 카테고리 옮기기로<)

 

이번 사약은 인터스텔라의 아멜리아 브랜드와 닼나라의 셀리나 카일..인데^^;

이런 근본없는 사약의 발단은 이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오토바이 타고 길에서 이쁜 언니 꼬시는 이쁜 양아치.jpg

 

이 사진들을 이렇게 이어붙인 건 제가 한 짓()인데 제가 치여버림() 숏컷과 긴생머리ㅠㅠ 공학박사와 양애취ㅠㅠㅠㅠㅠ

 

후.. 아무튼 시작합니다^^;;;

 

 

 

 

 

 

 

 

 

 

 

-

 

 

미스 카일에게 그 날은 그렇게 유쾌한 날은 아니었다.

 

미스터 웨인의 도움으로 과거의 지저분한 일에서 손을 뗐음에도 불구하고, 과거란 그렇게 쉽게 털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때때로 미스 카일의 눈앞에 불쑥 나타나 신경을 거스르곤 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미스터 웨인의 부탁 겸 자발적으로 정보를 좀 알아내려 간 곳에서 과거의 의뢰인(이라기엔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의뢰를 했던)을 마주치는 바람에 과거에 자주 듣던(그리고 지금은 절대 듣고 싶지 않은) 수식어로 불렸고, 그게 미스터 웨인의 일에 지장을 주진 않았으나 미스 카일의 기분은 잡치게 했다. 기분이 좋지 않아 까칠하게 구는 미스 카일에게 미스터 웨인은 일이 틀어진 것도 아니고, 과거의 미스 카일이 그런 짓을 했던 것도 맞는데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냐고 했고, 그게 미스 카일을 더 착잡하게 했다.

 

그래서였다. 미스 카일이 예의 미스터 웨인의 모터사이클을 (몰래) 빌려 타고 자주 가지 않던 다리 건너까지 드라이브를 나간 이유는.

 

 

 

닥터 브랜드에게도 그 날은 과히 좋은 날은 아니었다.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과거의 연인을 직접 묻고, 신인류를 배양하고, 닥터 쿠퍼의 도움으로 새로운 지구에 무사귀환 했으나, 적당히 새로운 지구를 즐기는 닥터 쿠퍼와 달리 닥터 브랜드는 영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다시 먼 우주까지 나가는 임무에 여러 번 지원했고, 닥터 브랜드가 중력과 시간의 흐름이 다른 공간에서 그곳의 자료를 전송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의 시간은 그녀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흘렀다. 에드먼드가 발견했던 행성에 신인류와 함께 기존의 지구인들이 정착하고 본래의 지구의 모습을 닮아갈 때까지 브랜드는 살아있었고, 늦게라도 지구의 시간을 따라 생을 마감한 닥터 쿠퍼를 대신해 이제는 고물 취급을 받게 된 컴퓨터 타스가 그녀의 옆을 지켰다.

 

새로운 지구의 기술은 브랜드가 기억하는 과거의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였지만 범죄는 더 흉악해졌다. 도시들은 닮은 듯 달랐고 사람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주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브랜드에게 새로운(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미 몇 세대가 지난) 지구는 낯선 곳이 되어갔다. 탐사대의 공로를 치하하고 노후를 보장해주기 위한 안락한 집이 새로운 지구에 버젓이 있었지만, 어둡고 차가운 우주만이 그녀의 집이었고 고향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불가능함을 선고받은 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브랜드의 법적인 나이가 이미 400이 넘어가고 있었고, 생물학적인 나이도 50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사의 보안 덕분에 그녀의 나이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었으나, 그녀를 숨겨주던 나사도 더 이상 그녀에게 일을 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선생님 법적 나이는 차치하고라도, 너무 오래 우주에 나가 계셨어요. 의사도 지구에 있는 게 정신적으로 더 안정을 줄 거라고 하잖아요, 선생님. 이번 여행은 짧은 편이었는데도 이곳 시간으로 47년이 흘렀어요. 그 동안 선생님 이름으로 꼬박꼬박 월급도 성과금도 들어갔고, 퇴직연금도 이제 나갈 거예요. 지금 계신 숙소 말고 교외에 있는 선생님 집이랑, 타스경도 저희가 잘 관리하고 있었구요. 집에 때마다 가전제품도 최신식으로 들여놨어요.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마 부족한 거 하나 없을 거예요. 선생님, 이제 쉬셔야 돼요. 선생님께서 있던 곳 시간으로만 쳐도 이제 우주로 나가실 연세는 아니잖아요.”

 

말끝마다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수도 없이 now를 강조하면서, 겉보기엔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후배님은 닥터 브랜드에게 퇴직을 권고(를 빙자한 선고)했다.

 

그래서였다. 닥터 브랜드가 평소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고 비틀대며 위험한 밤거리를 걷던 이유는.

 

 

 

미스 카일은 비틀거리며 걷는 어떤 여자를 보고 모터사이클을 멈췄다. 처음에는 그 여자 뒤로 따라붙는 남자들이 신경 쓰여서 그런 것이었지만, 여자의 얼굴을 보고 카일은 모터사이클에서 내려 그녀를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미스 카일과 지나치게 닮았다.

 

 

 

술에 취해 느릿느릿 걷던 닥터 브랜드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따라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겁이 나서 술이 다 깰 지경이었으나 몸은 닥터 브랜드의 생각을 따라주지 않았다. 집이 얼마 안 남았는데 뛰어야하나, 이러다가 집 앞까지 따라오면 어쩌지, 내가 뛰면.. 지금 뛸 수는 있을까. 취한 머리로 힘겹게 생각을 짜내던 닥터 브랜드의 뒤쪽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닥터 브랜드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거라는 강한 예감에 뒤도 안 돌아보고 집까지 튀어갔다. 문을 잠그고, 혹시나 싶어 불도 못 켠 채 닥터 브랜드는 두통 때문에 현관에 주저앉아 타스를 찾았다.

 

갑자기 뛰어서 그런가, .. 머리야... 타스, 타스! 거기 있어? 불 켜지 말고 물 한잔만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곧 조용히 닥터 브랜드 앞에 물잔이 놓였다. 타스에게 고맙다고 웅얼대며 현관 벽에 기대 물을 마시던 닥터 브랜드는 자신 앞에 있는, 절대 타스의 것일 수 없는 어두운 형체를 보고 입에 머금었던 물을 다 뿜을 정도로 놀랐다.

 

어머,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거기 누누누구세요? 그냥 조용히 나가면 신고는 안 할게요. 지금 이 집엔 강철로 만든 로봇이 있는데 당장 안 나가면 로봇이 당신을...”

이쁜 언니가 말이 많네, 내가 방금 나쁜 아저씨들도 혼내줬는데.”

 

목소리로 집에 무단 침입한 사람이 여자라는 것을 알고 약간 마음을 놓고 있던 닥터 브랜드는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와 자신의 입을 막고 팔다리를 제압한 상대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냥 어두운 그림자만 봤을 때보다 배는 더 놀라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닥터 브랜드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여자가 거기 있었다.

 

 

 

언니 엄청 잘 놀라나봐? 나하고 얘기 좀 해. 허튼 짓 안 하겠다고 하면 놔줄게. 오케이?”

 

닥터 브랜드가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낯선 여자는 어느 틈에 닥터 브랜드를 거실 소파까지 옮겨놓았다. 아직 딸꾹질을 하는 닥터 브랜드 앞에 아까 그녀가 마시던 물 컵을 내민 여자는 닥터 브랜드가 코를 막고 물을 마시고 가슴을 몇 번 치는 동안 맞은편 탁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그녀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가 자신을 해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한 닥터 브랜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저기.. 누구세요? 왜 저랑 똑같이 생기신 거죠?”

나야 모르지. 당신이야말로 누군데 나랑 똑같이 생겼어?”

 

자신의 집에 쳐들어와놓고 적반하장 식의 질문을 하는 여자 뒤로 뒤늦게 타스가 나타났다.

 

닥터 브랜드, 드디어 분신술을 터득하셨나 보네요.”

참 빨리도 나타났네, 타스.”

두 분의 오붓한 시간을 제가 방해했나보군요.”

맞아, 그러니까 자리 좀 비켜주지 그래? 미스터.. 타스?”

아니야 타스 가지마!”

 

거의 동시에 정반대의 주문을 하는 닥터 브랜드와 여자의 말에 타스는 잠시 화면을 점멸하다가 스스로 화면을 꺼버렸다. 같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상태의 타스를 보며 닥터 브랜드는 타스의 농담 수치를 대폭 낮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브랜드 앞의 여자는 타스가 있든 없든 대화에만 안 끼어들면 상관없는 모양인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이때 닥터 브랜드는 자신이 만족한 표정도 이 여자와 똑같을까, 하고 잠시 생각했다) 닥터 브랜드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닥터 브랜드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뒤로 물리다가 소파 등받이에 부딪쳤다.

 

 

한참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적어도 닥터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닥터 브랜드가 눈을 감고 긴장하는 동안 미스 카일은 눈앞의 여자를 찬찬히 뜯어보고 있었다. 마치 스스로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닥터 브랜드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미스 카일은 생각했다. 아주 많이 닮았지만 다르다. 처음엔 아예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고 미묘하게 달랐다. 눈매와 눈빛, 손짓, 말투, 목소리의 떨림, 그리고 그런 것에서 드러나는 성격까지. 둘은 쌍둥이가 서로 다른 정도로, 혹은 생김새만 아주 많이 닮은 자매가 다른 정도로 달랐다.

 

거기까지 생각한 미스 카일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자매라고? 생각만 해도 끔찍한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자매는 없다. 게다가 이... 닥터 브랜드라는 여자는 강도일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존대를 하며 되지도 않는 협박을 할 정도로 성격이 무르고, 이런 상황인데도 맹추처럼 눈만 감고 바들바들 떨고 있다. 적어도 미스 카일이 아는 그 집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이럴 수는 없다. 이렇게 물렁물렁하고, 예의바르고, 순진하고, 선량하며, 그리고, 그리고...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는 없다. 나와는 다르게 말이지, 미스 카일은 자조적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갑작스레 얼굴에 느껴지는 콧바람에 닥터 브랜드는 몸을 움찔거렸다. 여자가 코앞에서 계속 피식피식 웃고 있다. 그러다 또 갑자기 얼굴 앞이 휑해졌다. 여자가 멀어진 것 같아서 닥터 브랜드는 슬며시 눈을 떴다. 여자는 어느 틈에 창문가에서 당장이라도 뛰어내릴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 저기요!”

 

닥터 브랜드의 부름에 창틀을 붙잡고 있던 여자가 몸을 돌렸다. 당연히 무시하고 나갈 줄 알았던 여자가 돌아보자 닥터 브랜드가 오히려 당황해 서둘러 할 말을 챙겼다. 딱히 무슨 할 말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불렀지? 내가 대체 왜... , 아아, 맞아,

 

저기, 여기 3층인데, , 창문으로는...”

 

닥터 브랜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또 피식 웃으며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니까, 여자는 이미 3층에 소리 없이 들어올 정도인데, 나가는 걸 걱정하다니. 닥터 브랜드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여자를 이대로 보내고 싶지는 않다. 이유는 모르겠다. 좀 더 생각해보면 이유를 알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지금은 그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닥터 브랜드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름! 이라도, 알려.. 주세요.”

 

여자는 이번엔 돌아보지 않았다. 다만 작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그대로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닥터 브랜드는 소파에서 튀어 올라 창문으로 달려갔다. 벌써 저만큼 멀어진 여자가 밤길을 달리고 있었다. 닥터 브랜드는 여자의 뒷모습을 눈으로 따라가며 주먹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브랜드는 타스가 스스로 전원을 넣고, 창문을 닫는 게 좋겠다며 다가올 때까지 창틀에 기대 여자의 이름을 되뇌었다.

 

셀리나 카일... 셀리나, 카일.”

 

차가운 밤공기에 닥터 브랜드의 몸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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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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