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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22 닥터 브랜드와 미스 카일 1

이게 에이젼트4일까 아닐까 한참 생각했으나... 아닌 걸로 하기로...< 

(근데 a4 카테고리가 너무 오래 비어있어서 그냥 카테고리 옮기기로<)

 

이번 사약은 인터스텔라의 아멜리아 브랜드와 닼나라의 셀리나 카일..인데^^;

이런 근본없는 사약의 발단은 이 사진 때문이었습니다.

 

 

 

 

 

 

 

오토바이 타고 길에서 이쁜 언니 꼬시는 이쁜 양아치.jpg

 

이 사진들을 이렇게 이어붙인 건 제가 한 짓()인데 제가 치여버림() 숏컷과 긴생머리ㅠㅠ 공학박사와 양애취ㅠㅠㅠㅠㅠ

 

후.. 아무튼 시작합니다^^;;;

 

 

 

 

 

 

 

 

 

 

 

-

 

 

미스 카일에게 그 날은 그렇게 유쾌한 날은 아니었다.

 

미스터 웨인의 도움으로 과거의 지저분한 일에서 손을 뗐음에도 불구하고, 과거란 그렇게 쉽게 털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때때로 미스 카일의 눈앞에 불쑥 나타나 신경을 거스르곤 했다.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미스터 웨인의 부탁 겸 자발적으로 정보를 좀 알아내려 간 곳에서 과거의 의뢰인(이라기엔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의뢰를 했던)을 마주치는 바람에 과거에 자주 듣던(그리고 지금은 절대 듣고 싶지 않은) 수식어로 불렸고, 그게 미스터 웨인의 일에 지장을 주진 않았으나 미스 카일의 기분은 잡치게 했다. 기분이 좋지 않아 까칠하게 구는 미스 카일에게 미스터 웨인은 일이 틀어진 것도 아니고, 과거의 미스 카일이 그런 짓을 했던 것도 맞는데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냐고 했고, 그게 미스 카일을 더 착잡하게 했다.

 

그래서였다. 미스 카일이 예의 미스터 웨인의 모터사이클을 (몰래) 빌려 타고 자주 가지 않던 다리 건너까지 드라이브를 나간 이유는.

 

 

 

닥터 브랜드에게도 그 날은 과히 좋은 날은 아니었다.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과거의 연인을 직접 묻고, 신인류를 배양하고, 닥터 쿠퍼의 도움으로 새로운 지구에 무사귀환 했으나, 적당히 새로운 지구를 즐기는 닥터 쿠퍼와 달리 닥터 브랜드는 영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다시 먼 우주까지 나가는 임무에 여러 번 지원했고, 닥터 브랜드가 중력과 시간의 흐름이 다른 공간에서 그곳의 자료를 전송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의 시간은 그녀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흘렀다. 에드먼드가 발견했던 행성에 신인류와 함께 기존의 지구인들이 정착하고 본래의 지구의 모습을 닮아갈 때까지 브랜드는 살아있었고, 늦게라도 지구의 시간을 따라 생을 마감한 닥터 쿠퍼를 대신해 이제는 고물 취급을 받게 된 컴퓨터 타스가 그녀의 옆을 지켰다.

 

새로운 지구의 기술은 브랜드가 기억하는 과거의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보였지만 범죄는 더 흉악해졌다. 도시들은 닮은 듯 달랐고 사람들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주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브랜드에게 새로운(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미 몇 세대가 지난) 지구는 낯선 곳이 되어갔다. 탐사대의 공로를 치하하고 노후를 보장해주기 위한 안락한 집이 새로운 지구에 버젓이 있었지만, 어둡고 차가운 우주만이 그녀의 집이었고 고향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불가능함을 선고받은 날이 바로 그날이었다. 브랜드의 법적인 나이가 이미 400이 넘어가고 있었고, 생물학적인 나이도 50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사의 보안 덕분에 그녀의 나이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었으나, 그녀를 숨겨주던 나사도 더 이상 그녀에게 일을 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선생님 법적 나이는 차치하고라도, 너무 오래 우주에 나가 계셨어요. 의사도 지구에 있는 게 정신적으로 더 안정을 줄 거라고 하잖아요, 선생님. 이번 여행은 짧은 편이었는데도 이곳 시간으로 47년이 흘렀어요. 그 동안 선생님 이름으로 꼬박꼬박 월급도 성과금도 들어갔고, 퇴직연금도 이제 나갈 거예요. 지금 계신 숙소 말고 교외에 있는 선생님 집이랑, 타스경도 저희가 잘 관리하고 있었구요. 집에 때마다 가전제품도 최신식으로 들여놨어요.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마 부족한 거 하나 없을 거예요. 선생님, 이제 쉬셔야 돼요. 선생님께서 있던 곳 시간으로만 쳐도 이제 우주로 나가실 연세는 아니잖아요.”

 

말끝마다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수도 없이 now를 강조하면서, 겉보기엔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후배님은 닥터 브랜드에게 퇴직을 권고(를 빙자한 선고)했다.

 

그래서였다. 닥터 브랜드가 평소 마시지 않던 술을 마시고 비틀대며 위험한 밤거리를 걷던 이유는.

 

 

 

미스 카일은 비틀거리며 걷는 어떤 여자를 보고 모터사이클을 멈췄다. 처음에는 그 여자 뒤로 따라붙는 남자들이 신경 쓰여서 그런 것이었지만, 여자의 얼굴을 보고 카일은 모터사이클에서 내려 그녀를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미스 카일과 지나치게 닮았다.

 

 

 

술에 취해 느릿느릿 걷던 닥터 브랜드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따라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겁이 나서 술이 다 깰 지경이었으나 몸은 닥터 브랜드의 생각을 따라주지 않았다. 집이 얼마 안 남았는데 뛰어야하나, 이러다가 집 앞까지 따라오면 어쩌지, 내가 뛰면.. 지금 뛸 수는 있을까. 취한 머리로 힘겹게 생각을 짜내던 닥터 브랜드의 뒤쪽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닥터 브랜드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거라는 강한 예감에 뒤도 안 돌아보고 집까지 튀어갔다. 문을 잠그고, 혹시나 싶어 불도 못 켠 채 닥터 브랜드는 두통 때문에 현관에 주저앉아 타스를 찾았다.

 

갑자기 뛰어서 그런가, .. 머리야... 타스, 타스! 거기 있어? 불 켜지 말고 물 한잔만 가져다 줄 수 있을까?”

 

곧 조용히 닥터 브랜드 앞에 물잔이 놓였다. 타스에게 고맙다고 웅얼대며 현관 벽에 기대 물을 마시던 닥터 브랜드는 자신 앞에 있는, 절대 타스의 것일 수 없는 어두운 형체를 보고 입에 머금었던 물을 다 뿜을 정도로 놀랐다.

 

어머,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거기 누누누구세요? 그냥 조용히 나가면 신고는 안 할게요. 지금 이 집엔 강철로 만든 로봇이 있는데 당장 안 나가면 로봇이 당신을...”

이쁜 언니가 말이 많네, 내가 방금 나쁜 아저씨들도 혼내줬는데.”

 

목소리로 집에 무단 침입한 사람이 여자라는 것을 알고 약간 마음을 놓고 있던 닥터 브랜드는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와 자신의 입을 막고 팔다리를 제압한 상대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냥 어두운 그림자만 봤을 때보다 배는 더 놀라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닥터 브랜드와 똑같은 얼굴을 가진 여자가 거기 있었다.

 

 

 

언니 엄청 잘 놀라나봐? 나하고 얘기 좀 해. 허튼 짓 안 하겠다고 하면 놔줄게. 오케이?”

 

닥터 브랜드가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낯선 여자는 어느 틈에 닥터 브랜드를 거실 소파까지 옮겨놓았다. 아직 딸꾹질을 하는 닥터 브랜드 앞에 아까 그녀가 마시던 물 컵을 내민 여자는 닥터 브랜드가 코를 막고 물을 마시고 가슴을 몇 번 치는 동안 맞은편 탁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그녀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가 자신을 해칠 의사가 없다고 판단한 닥터 브랜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저기.. 누구세요? 왜 저랑 똑같이 생기신 거죠?”

나야 모르지. 당신이야말로 누군데 나랑 똑같이 생겼어?”

 

자신의 집에 쳐들어와놓고 적반하장 식의 질문을 하는 여자 뒤로 뒤늦게 타스가 나타났다.

 

닥터 브랜드, 드디어 분신술을 터득하셨나 보네요.”

참 빨리도 나타났네, 타스.”

두 분의 오붓한 시간을 제가 방해했나보군요.”

맞아, 그러니까 자리 좀 비켜주지 그래? 미스터.. 타스?”

아니야 타스 가지마!”

 

거의 동시에 정반대의 주문을 하는 닥터 브랜드와 여자의 말에 타스는 잠시 화면을 점멸하다가 스스로 화면을 꺼버렸다. 같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상태의 타스를 보며 닥터 브랜드는 타스의 농담 수치를 대폭 낮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브랜드 앞의 여자는 타스가 있든 없든 대화에만 안 끼어들면 상관없는 모양인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이때 닥터 브랜드는 자신이 만족한 표정도 이 여자와 똑같을까, 하고 잠시 생각했다) 닥터 브랜드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닥터 브랜드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뒤로 물리다가 소파 등받이에 부딪쳤다.

 

 

한참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적어도 닥터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닥터 브랜드가 눈을 감고 긴장하는 동안 미스 카일은 눈앞의 여자를 찬찬히 뜯어보고 있었다. 마치 스스로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닥터 브랜드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미스 카일은 생각했다. 아주 많이 닮았지만 다르다. 처음엔 아예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정도까진 아니고 미묘하게 달랐다. 눈매와 눈빛, 손짓, 말투, 목소리의 떨림, 그리고 그런 것에서 드러나는 성격까지. 둘은 쌍둥이가 서로 다른 정도로, 혹은 생김새만 아주 많이 닮은 자매가 다른 정도로 달랐다.

 

거기까지 생각한 미스 카일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자매라고? 생각만 해도 끔찍한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 자매는 없다. 게다가 이... 닥터 브랜드라는 여자는 강도일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존대를 하며 되지도 않는 협박을 할 정도로 성격이 무르고, 이런 상황인데도 맹추처럼 눈만 감고 바들바들 떨고 있다. 적어도 미스 카일이 아는 그 집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이럴 수는 없다. 이렇게 물렁물렁하고, 예의바르고, 순진하고, 선량하며, 그리고, 그리고...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는 없다. 나와는 다르게 말이지, 미스 카일은 자조적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갑작스레 얼굴에 느껴지는 콧바람에 닥터 브랜드는 몸을 움찔거렸다. 여자가 코앞에서 계속 피식피식 웃고 있다. 그러다 또 갑자기 얼굴 앞이 휑해졌다. 여자가 멀어진 것 같아서 닥터 브랜드는 슬며시 눈을 떴다. 여자는 어느 틈에 창문가에서 당장이라도 뛰어내릴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 저기요!”

 

닥터 브랜드의 부름에 창틀을 붙잡고 있던 여자가 몸을 돌렸다. 당연히 무시하고 나갈 줄 알았던 여자가 돌아보자 닥터 브랜드가 오히려 당황해 서둘러 할 말을 챙겼다. 딱히 무슨 할 말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불렀지? 내가 대체 왜... , 아아, 맞아,

 

저기, 여기 3층인데, , 창문으로는...”

 

닥터 브랜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자가 또 피식 웃으며 다시 몸을 돌렸다. 그러니까, 여자는 이미 3층에 소리 없이 들어올 정도인데, 나가는 걸 걱정하다니. 닥터 브랜드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여자를 이대로 보내고 싶지는 않다. 이유는 모르겠다. 좀 더 생각해보면 이유를 알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지금은 그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 닥터 브랜드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름! 이라도, 알려.. 주세요.”

 

여자는 이번엔 돌아보지 않았다. 다만 작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그대로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닥터 브랜드는 소파에서 튀어 올라 창문으로 달려갔다. 벌써 저만큼 멀어진 여자가 밤길을 달리고 있었다. 닥터 브랜드는 여자의 뒷모습을 눈으로 따라가며 주먹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 브랜드는 타스가 스스로 전원을 넣고, 창문을 닫는 게 좋겠다며 다가올 때까지 창틀에 기대 여자의 이름을 되뇌었다.

 

셀리나 카일... 셀리나, 카일.”

 

차가운 밤공기에 닥터 브랜드의 몸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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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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