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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7.18 [로닾로] 호의

[로닾로] 호의

기타 / 2018. 7. 18. 21:47




오션ㅅ8 전력 60분 주제 '호의'로 쓴 글인데... 60분 훨씬 넘게 썼지만 괜찮겠죠 괜찮길.. . . 


다프네가 루뎁한테 어떤 방법으로 연락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망상입니당 

뒷이야기...는 언젠가 시간이 되면 더 써볼게여

오랜만에 글 올리려니 어색하네여; 재밌게 읽어주세요!























 그들은 명백하게, 호의나 호감으로 시작한 관계는 아니었다.



 로즈에겐 뚜렷한 목표가 있었다. 수감되지 않고 파산하지도 않고 여권을 되찾는 것. 무슨 수를 써서든. 그러기 위해서 로즈가 해야할 일도 분명했다. 다프네의 목에 투생을 거는 것. 그러기 위한 제1단계, 까르티에 지하 금고에서 투생을 꺼내 오는 것은 성공했다. 그후엔 아름답고 유명하고 유능하지만 까탈스러운 다프네가 변덕을 부려 기껏 꺼내온 투생을 다시 좁고 어두운 케이스에 처박아두는 일만 막으면 됐다. 중간에 예상치 못하게 자기장-어쩌고 하는 특수 자석이 골칫덩이가 될 뻔 했으나 로즈와 함께하는 유능한 친구들은 금세 해결책을 찾았다.




 들여다보고 있으면 황홀함을 선사하는 것과는 별개로, 디자이너로서는 무겁기만하고 투박하고 부담스러운 목걸이 대신 다른 것으로 자신의 스타를 빛나게 하고 싶었으나 별 수 없었다. 그걸 훔쳐야만 감옥행을 면할 수 있었다.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단 이유를 들면서 이런 큰 스케일의 절도를 행하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적도 0.3초쯤 있었으나 그런 걸 잴 때가 아니었다. 로즈 앞에 남은 카드 중엔 이것이 가장 좋은 수였다.





 쉬운 일처럼 말했지만 사실 이번 건은 로즈의 전공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속이는 일 말이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달리 해보기로 했다. 속이는 게 아니라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득하는 거라고. 로즈 눈에는 보이는 눈부신 -미래의- 결과물을 아직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듯이. 그건 로즈가 평소에 하던 작업에 포함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했어도 긴장되는 것은 마찬가지라 간혹 위스키가 필요한 순간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로즈는 해냈다. 다행히도 다이아몬드 실물의 박력은 대단해서, 다프네 역시 투생을 마음에 들어했으므로 갑작스레 거부할 것 같지 않았다. 제 몫을 다 한 로즈는 이제 디데이만 기다리면 됐다.








 

 다프네에게 '개인적인' 제안을 받은 건 디데이 나흘 전, 긴장감에 들이키던 위스키 대신 할 일이 다 끝났다는 안도감의 축배-마찬가지로 위스키-를 홀짝일 때였다.



 "오늘 저녁에 일정 있어요?"



 제게 묻는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한 로즈 때문에 다프네는 한 번 더 물어야 했다. 이봐요, 이후에 다른 일정 있냐구요.



 "어, 음, 아뇨?"


 "그럼 저랑 저녁 먹어요."



 다프네는 말을 마치고 드레스룸으로 사라졌다. 나랑? 왜? 어디서? 무언가 잘못된 걸까? 로즈는 다시 떨리기 시작한 손으로 위스키를 한 잔 더 들이켰다. 저녁 먹을래요? 했으면 거절이라도 했겠는데, 다프네는 질문하지 않았다. 질문이 아니어도 거절할 수 있단 걸 깨달은 건 위스키를 넘기고 3초 뒤였고, 적당한 거절의 말을 고르는 동안 로즈를 찾는 다프네의 목소리가 들렸다.



 "로즈, 나 좀 도와줘요!"



 목소리를 따라 들어간 방엔, 오, 미안해요. 로즈는 다프네가 자길 찾았다는 것도 잊고 방 문을 확 닫았다. 로즈의 답답한 행동에 다프네의 신경질이 따라붙었다.



 "미안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들어와서 도와달라구요."



 더한 것도 봤으면서 새삼스럽게. 그건... 피팅할 때였구요. 잠시만요 방금 술 마셨더니 손이 떨려서... 로즈는 주머니가 주렁주렁한 앞치마에 손을 문질러 닦고 허리 중간쯤 걸린 지퍼를 잡았다. 훤히 드러난 다프네의 등에서 최대한 시선을 떼고 싶었으나 그러기 힘들었다. 게다가 지퍼가 그냥 안 올라가는 게 아니라 천이 살짝 끼어서 어쩔 수 없이 바짝 붙어 들여다봐야 했다. 



 "이거 잠깐 내렸다가 올려야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해요."



 다프네가 푹 한숨을 쉬곤 허리에 손을 짚었다. 로즈는 행여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날까 걱정하며 입술을 모으곤 옷에 걸린 지퍼를 풀었다. 거울을 통해 로즈를 지켜보던 다프네가 입을 열었다.



 "저녁 말인데."


 "아 그거, 저는..."


 "굶어야겠어요."


 "네? 왜요?"


 "원래 내일부터 굶을 생각이었는데, 이것 봐요, 이 옷도 안 맞고, 멧갈라에 입장했는데 살이 삐져나오거나 드레스에 살 접힌 자국이라도 나면 나는,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다프네, 다프네."



 로즈는 얼른 다프네의 머리카락을 모아 올리고 거울 속의 다프네와 눈을 맞췄다. 언젠가 다프네를 진정시켰던 것처럼, 목까지 새빨개진 다프네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로즈의 호흡에 맞춰 다프네도 숨을 골랐다. 다프네의 커다란 눈엔 그새 눈물이 그렁져 있었다.



 "지퍼가 고장난 것뿐이에요. 내일부터 식단 조절할 생각이었댔죠? 그러지 않아도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과 가슴...을 가졌고, 크흠 그리고 이미 내 옷은 당신한테 최고로 잘 어울리지만, 그것까진 말리지 않을게요. 대신 오늘 저녁은 맛있는 걸 먹어요."


 "하지만..." 


 "나랑 같이."


 그러고 보니 우리 데이트 나가는 건 처음이네요. 아, 처음 만났을 때를 안 센다면요. 음... 다프네 크루거와 데이트라니, 영광이에요. 로즈는 다프네 기분이 풀리길 바라며 부드럽게 말했다. 3주 남짓한 시간 동안 로즈는 다프네를 달래는 방법을 어느정도 터득했다. 미소를 띄고 바라보는 로즈를 따라 다프네가 살짝 웃었다. 



 "좋아요. 안 그래도 굶기 전에 마지막으로 진짜 맛있는 걸 먹으려고 했거든요. 로즈도 먹어보면-"



 굿 걸. 다시 경쾌하게 자기가 알아낸 레스토랑 자랑을 늘어놓는 다프네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변덕스럽지만 여린 애야. 몇 주 전보다 훨씬 순순하게 말려든 다프네의 원피스를 마저 입히고 로즈는 흐뭇하게 웃었다. 자신이 저녁 식사를 거절할 생각이었다는 건 까맣게 잊은 채.











 다프네와의 식사는 예상보다 훨씬 즐거웠다. 사실 지나치게 즐거웠다고 할 수 있다. 가벼운 의미로 말한 '데이트'가 정말로 데이트가 되어버린 건 그때문이었다. 불과 몇 시간 전 자기가 올려준 원피스 지퍼를 다시 제 손으로 내리며, 로즈바일은 실로 오랜만에 전성기 때로 돌아간 기분을 느꼈다. 대서양을 끼고 이곳저곳 별장을 짓고 하우스보트는 두 대나 샀는 데도 늘 놀 곳이 부족하고, 놀자는 사람은 많은데 쉽게 질리고 쉽게 흥미를 잃었던 그때로. 



 다프네가 지겨워졌단 뜻은 아니었다. 딱 한 번, 그 하룻밤뿐이었으니까. 로즈는 자신이 뭔가에 홀려 다프네의 침실까지 들어간 것처럼, 다프네도 이래저래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얼결에 분위기를 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멧갈라 호스트를 맡을 정도의 그 다프네 크루거가 한물간 디자이너와 잘 리 없었다. 스케쥴이 있다며 사라진 다프네가 남긴 쪽지를 보며, 로즈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다프네의 변덕 중 하나라고.









 이 생각은 멧갈라가 끝나고 며칠 뒤, 루의 집으로 다프네가 걸어들어오는 순간 산산히 부서졌다.


 루는 다프네가 그날밤 잠든 로즈의 핸드폰에서 연락처를 알아낸 것 같다고 했다. 로즈가 루에게 보낸 목걸이 푸는 영상을 알고 있더라며, 어쨌거나 일이 잘 풀렸으니 다행이란 어투였고 로즈도 감옥에 가지 않게 된 데다 더 큰 돈을 벌었으니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그건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저 로즈와 다프네, 혹은 다프네와 로즈는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했던 거였다. 상대방에게는 모르게.



 잘못된 일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로즈는 왜 누텔라를 끌어안고 싶은 기분이 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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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얼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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