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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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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트의 손이 쇼를 밀어 다시 침대에 눕혔다. 루트의 손을 쳐내고 몸을 일으키려던 쇼가 앓는 소리를 냈다. 쇼는 어정쩡하게 누워 천장을 보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루트는 쇼가 바닥에 내팽개친 해열패치를 보며 작게 혀를 찼다.

 


 “넌 지금 쉬어야 해.”
 “저 밖의 어느 누가 위험해질지 모르는 상황에..”
 “네가 이 상태로 돌아다니면 네 넘버가 뜰지도 모르지.”
 “....의사는 나야.”
 “말 돌리는 거야, 사민? 의사도 아프면 다른 병원을 찾아간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네.”
 “적어도 니가 하는 병원은 안 갈 거야.”
 “불평 그만해.”

 


 루트는 새 해열패치를 뜯어 쇼의 이마 위에 올리고, 쇼가 침대 헤드에 기대앉는 것을 도왔다. 패치를 문지르며 “애도 아니고..”라고 중얼거리는 쇼에게 루트가 부러 활짝 웃어 보이며 “사실 난 물수건으로 자기 온 몸을 닦아주고 싶었는데 말이야.”라고 하자 쇼가 몸서리치며 얼굴을 엄청나게 구겼다. 루트는 그 표정을 보고 눈썹을 위로 올리며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루트는 한숨쉬기 직전처럼 숨을 크게 들이마셨지만, 한숨을 뱉지는 않았다. 얼굴을 찡그리지도 않았다.

 


 “그런 표정 안 지어도 자기 마음 알아.”

 


 루트가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그리고 루트는 협탁 위에 놔둔 스프를 들어 한 숟가락을 떠서 쇼에게 내밀었다.

 


 “네가 환자가 아니라고 길길이 날뛰는 동안 먹기 딱 좋게 식은 스프야. 아- 해.”
 “내가 먹을 수 있어.”
 “알고 있지만, 이게 일종의 처벌이라고 생각해봐. 못할 것도 없잖아?”
 “허, 허.”

 


 가자미 입을 하며 삐죽대는 루트를 보고 쇼가 한숨 같은 헛웃음을 지었다. 쇼는 이 정도 아픈 건 아픈 것도 아니라고 계속 투덜대면서도, 열 때문인지, 혹은 침대 위에 기분 좋게 내리쬐는 햇살 때문인지, 아니면 농담을 던지고는 있지만 코앞에서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는 루트 때문인지, 루트가 떠먹여주는 스프를 고분고분 받아먹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쇼는, 루트가 너무 많이 걱정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겨우 감기 가지고 왜 호들갑인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뭐 이 정도로 죽는 것도 아닌데, 얘는 왜 이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걸까.


 

 “루트.”
 “응?”
 “감기 빨리 낫는 법이 있는데, 니 도움이 좀 필요해.”
 “뭔데?”
 “뭐냐면...”

 


 

 쇼가 뭐라고 하든 뭐라도 할 기세로 쇼의 말에 귀 기울이는 루트를 보며, 쇼는 속으로 조금 웃었던 것 같다. 고열 때문인지, 햇살 때문인지, 아니면 오늘따라 자신을 곧 꺼질 것 같은 촛불처럼 대하는 루트의 태도 때문인지, 쇼는 스스로도 오늘은 참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생각하며 루트의 어깨를 잡아당겨 짧게 입 맞췄다. 열이 올라 충혈된 쇼의 눈과, 놀라서 커진 루트의 눈이 마주쳤다.

 


 “남한테 옮기는 거.”

 

 

 쇼는 씨익 웃으며 말하곤, 어버버 거리는 루트의 손에서 스프 그릇을 빼앗아 후루룩 마셔버렸다. 그리고 “입가에 스프가 묻었으니 입으로 닦아주겠다.”며 달려드는 루트를 쫓아내고, 침대에 누워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라고 혼잣말 했다. 쇼는 밀려오는 나른함에 기분 좋게 낮잠에 빠졌다. 그날 쇼의 꿈속엔 사마리탄도, 머신도 없었고, 루트의 귀에도 흉터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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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오인 트친오락관 1빠였숩니다!

 

 

Posted by 얼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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