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쇼] 고립 (서휘님 리퀘)
서휘님의 리퀘 - 커플링 루트쇼, 키워드 고립.
생각보다 길어져서 블로그에 올려여. 루트쇼 진짜 손톱만큼 나오지만... 헤헤.. 휘님러뷰..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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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류란, 물과 육지 둘 다에서 살 수 있는 동물로, 대표적으로 개구리가 있어요. 우리 교실 수조에 오늘 선생님이 넣어 놓은 게 올챙인데, 올챙이가 커서 개구리가 되는 거예요. 우와, 우와, 짱 쪼끄매. 올챙이가 어딨어? 야 좀 비켜봐. 저거 안 보이냐? 저기 많잖아. 으엑 징그러. 선생님 이게 어떻게 개구리가 돼요? 글쎄, 친구들이 올챙이를 잘 보살펴주고 지켜보면, 어떻게 개구리가 되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개구리가 될 때까지 친구들이 잘 키울 수 있죠? 네-!
책상에 가만히 앉아있지 않아도 되는 실습수업 시간이라, 한껏 들떠 왁자지껄한 어린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또래보다 더 침착하고, 똑똑하다고 평가받는 어린 사민 쇼는 먼 곳에서 아이들이 에워싸고 있는 수조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쇼가 알고 있는 사전적 의미의 양서류란, 동물계의 척삭동물문 양서강의 일상적 총칭으로, 무족영원목, 도롱뇽목, 개구리목을 포함하는 생물 분류학상의 용어이다. 그것은 어류와 파충류의 중간적 위치에 해당하며, 진화학적으로 동물의 육상진출에 매우 중요한 계통 분류이다. 하, 계통학적으로 중요하다고? 게다가 물과 육지 모두에서 살 수 있다고? 쇼는 코웃음 쳤다. 개구리는 물과 육지 돌 다에서 살 수 있는 생물이 아니다. 정확히는 물과 육지가 모두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그저 육지 짐승이 되는 것에 실패한 불쌍한 미물일 뿐이다.
쉬는 시간 종이 치고, 아이들은 얼마간 더 올챙이 수조 근처에서 웃고 떠들다가 교실과 복도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웃고 소리 지르며 내달렸다. 따사로운 햇살이 아이들의 교실에 들어와, 아이들이 앞다투어 던져둔 먹이를 오물거리며 평화롭게 헤엄치는 올챙이들의 수조를 적당한 온도로 따뜻하게 데웠다. 쇼는 그 햇살 한 자락을 전에도 본 적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느 틈에 쇼는 교실 뒤편 한 구석의 개구리 수조 앞에 서 있었다. 쇼는 생각했다. 교과과정을 만드는 사람들은, 교실에 우글거리는 서른 몇 개의 미숙한 어린 머리통들로도 모자라, 같은 공간에 그들보다 더 작고 어리석은 올챙이 스무 마리를 밀어 넣으면, 이 작은 꼬마 멍청이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될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걸까? 개구리 수조에는 뿌옇게 이끼가 끼어 있었다. 올챙이들을 풀고 2주 동안 아무도 물을 안 갈아준 탓이었다. 수조 위의 올챙이 밥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그 중에 올챙이들이 먹은 건 반이 될까말까고, 나머지는 전부 어린 애들의 장난으로, 혹은 실수로 공중에 흩뿌려져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자의로 움직일 수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조 안에서만 살아온, 그래서 그곳이 세계의 전부일 올챙이들은 이제 거의 다 뒷다리를 가지고 있었고, 몇 놈은 완전한 앞다리까지 가지고 있어서 제법 개구리 태가 났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들의 고통이 시작되었다. 개구리가 된 올챙이들은 애석하게도, 반드시 일정량의 폐호흡을 해야만 했다. 교실의 그 누구도-심지어 선생님조차- 수조에 올챙이들이 기어 올라갈만한 경사의 넓고 평평한 돌을 놓아둘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구리가 된 올챙이들은 호흡곤란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 올챙이인 것들도, 따뜻한 햇살 덕에 수조를 덮을 정도로 자란 녹조 때문에 숨 쉬는 게 곤란하긴 마찬가지였다. 올챙이들은 자신들에게 점점 가혹해지는 그 작은 세계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쇼는 알 수 없었다. 쇼는 사실, 자신과 똑같은 것을 먹고, 보고, 듣고, 배우는 다른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조차 알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쇼는, 조금이라도 더 수면에 가까운 곳에 닿겠다고 서로의 머리를 짓밟고 있는, 그리고 저런 발악에도 영영 수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작은 세계 안에서 곧 생을 마감할 올챙이와 개구리들의 생각 따위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여자아이들은 수조가 너무 더럽고, 개구리가 징그럽게 몸을 부풀렸기 때문에 수조를 외면했다. 남자아이들의 일부는 개구리들이 서로 싸우면서 아등바등 대는 게 탈출하려는 것이라 생각해 수조 뚜껑 위에 무거운 것을 올려놓았고, 다른 일부는 선생님 몰래 개구리를 꺼내서 여자애들에게 던지려다 걸려 반성문을 썼다. 그들은 왜 개구리들이 서로를 밟고 올라서는지는 몰랐다. 사실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쇼만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그들이 왜 그러는지 알았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그러나 쇼는 개구리 수조에 개구리들이 밟고 올라설만한 돌이나 받침대를 넣어주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쇼는 물에서 평화롭게 살던 올챙이들이, 생존에 육지가 필수 요소가 되는 개구리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어떤 것을 직감했다.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 일어날 변화를, 언젠가 반드시 마주할 곤란을, 피할 수 없을 장애물을.
쇼는 개구리가 참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냥 평생 아가미로 호흡하면 안 되는 것이었을까? 스스로의 꼬리지느러미를 삭히고 폐호흡을 하는 고통을 꼭 견뎌야만 하는 걸까?
땅만으로도, 물만으로도 살지 못하는 개구리가 쇼에게는 효율적이지 못한 생애주기를 가진 생물이라고 느껴졌고, 쇼가 좀 더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면, 자신이 느낀 그것에 연민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쇼는 연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쇼는 버르작대는 개구리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다가, 수조를 밀어 창밖으로 떨어트려 버렸다. 쇼의 교실은 2층이었고, 다행히 그 창문 밑으로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으나 개구리들은 낙하 충격과 깨진 유리 파편 사이에서 반은 즉사하고 반은 풀숲에서 이리저리 튀어 다니다가 곧 말라 죽었으며, 쇼는 학교에 어머니를 모셔오고, 교장선생님과 1대 1 면담을 했으며, 이후 4주 간 나머지 공부를 하는 벌을 받았다.
교장과의 면담에서, “왜 그랬니?”라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 교장에게 쇼는 건조한 목소리로 “개구리들은 어차피 죽을 거였어요.”라고 했고, 교장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게 그들이 너의 폭력으로 죽었어야할 정당한 이유가 되지는 않는단다.”라고 했다. 쇼는 다시 “그들은 이미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어요.”라고 했고, 교장은 전혀 화나지 않은 목소리로 “그렇지만 너는 그 폭력을 끝낼 폭력적이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었잖니.”라고 했다. 쇼는 무어라 더 말하려다, 무슨 말을 해도 변하는 건 없을 것이라는 걸 깨닫고 그냥 입을 다물었고, 교장은 그저 인자하게 웃으며 이제 나가봐도 좋다고 했다.
나머지 공부를 하고 노을이 내린 교정을 걷던 쇼의 발걸음이, 개구리 수조가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엄마는 이 사건에 대해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쇼는 발끝을 톡톡 몇 번 바닥에 내리치고, 다시 집을 향해 걸었다. 쇼는 자신의 어깨에 닿아 부서지는 노을에도 무게가 있는 것 같다는 착각에 잠시 빠졌다가, 주린 배를 한시라도 빨리 채우기 위해 집까지 뛰어갔다. 쇼가 집에 도착했을 때 식탁에는 방금 만든 팬케이크가 있었고, 노을은 집 안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었다. 쇼의 엄마가 나갈 채비를 하며 쇼를 돌봐줄 베이비 시터와 통화하는 동안 쇼는 불도 켜지 않은 채 점점 붉어지는 햇살 속에 앉아 시럽 뿌린 팬케이크를 전부 먹어 치웠다. 쇼는 왠지, 이 햇살도 역시 전에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쇼는 잠에서 깼다. 어린 시절의 꿈을 꾸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었으나, 꾸고 나면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악몽 아닌 악몽을 꾼 뒤에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입으로 몰아쉬었는데, 쇼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쇼의 마음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쇼의 폐는 크게 부풀어 구강을 통해 많은 공기를 들이마셨다가, 다시 입을 통해 날숨을 조금씩 끊어 내뱉었다. 폐포를 통과하기 전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함유한 공기가, 그날 교장실에서 다 하지 못한 말들과 함께 쇼의 목 언저리에 맴돌았다.
마담, 제게 별로 어울리지 않는 질문처럼 보인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저는 궁금해요. 개구리는 왜 육지로 올라오려고 하는 걸까요? 축축한 연못 수면 아래에서 원하는 대로 아무렇게나 헤엄치며 살던 올챙이는 왜 물 위로 올라와 딱딱한 땅을 밟고, 수중보다 배는 무거운 중력을 이기며 튀어 다니려 하는 걸까요? 한꺼번에 더 많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포슬포슬하고 따뜻한 흙 사이를 누비는 삶이, 수중에서 미꾸라지와 물방개에게 노려지는 것으로도 모자라 지상의 새들에게까지 먹이가 되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나요? 최초의 개구리는 차가운 물속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어요. 그 어리석은 시도는 스스로를 물에서도, 육지에서도 평안할 수 없게 만들었을 뿐이에요. 그 덕에 개구들은 길지 않은 일생동안 음습한 연못가에서 따사로운 해가 비출 날만 손꼽으며, 자신이 태어난 좁은 웅덩이에서 사방 5미터도 벗어나지 못하는 생을....
“나쁜 꿈이라도 꿨나봐, 사민.”
쇼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속도보다 빠르게 소리 나는 쪽을 향해 베게 밑에 있던 스페어 총을 겨눴다.
“방금 좀 숨을 몰아쉬던데.”
그러나 상대는 쇼의 권총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웃으며 다가와 쇼에게 우유를 한 잔 건넸을 뿐이었다.
“루트.”
쇼는 총을 거두며 떨떠름한 표정으로 우유를 받았다. 약 같은 건 단 한 방울도 안 섞었으니까 걱정 말아, 사민. 쇼는 주문을 걸 듯 나직하게 말하는 루트를 노려보며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 어딘가에서 사온 것인지, 테이크아웃 잔에 담긴 우유에는 부드러운 거품이 얹혀 있었고, 아직 따뜻했다. 쇼의 몸에 온기가 퍼졌다.
“머신이 또 나한테 스턴건을 쏴서 데리고 오라고하기라도 했나보지?”
쇼의 불퉁한 말에 루트는 어깨를 한 번 으쓱했다.
“Unfortunately, not today. 그냥 이 근처를 지나가는데 그녀가 네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대서.”
쇼는 우유를 마시며 루트의 다음 말을 기다리다가,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 루트 때문에 우유 거품에 코를 박았다.
“아 젠장, 루트!”
“개구리는,”
적어도 이 순간에는 쇼가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단어 하나가 루트의 성대를 울렸다. 쇼의 폐는 다시금 불규칙적인 리듬으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고, 목과 어깨를 연결하는 견갑거근과, 어깨 위쪽의 상승모근이 수축했다.
“개구리는 단지 개구리의 삶에 충실할 뿐이야. 자유로워 보이진 않을지 몰라도, 그렇다고 고립된 것도 아니지.”
루트가 부드럽게 눈을 휘며 웃었다. 루트의 말에 쇼의 어깨에서 스르르 힘이 빠졌다.
“별, 머신이 그런 것도,”
알려 주냐고 물으려는 쇼의 코끝에 루트의 입술이 빠르게 닿았다 떨어졌다. 우유거품이 쇼의 콧등에서 루트의 입술로 옮겨갔다. 루트가 가볍게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사민. 누구에게나 온기는 필요해.”
쇼가 얼굴을 구기며 소매로 코끝을 닦는 사이, 루트는 유유히 쇼에게서 등을 돌려 멀어졌다. 그건 머신의 말이냐고 네가 하는 말이냐고 쏘아붙이는 쇼에게 루트는 춤추듯이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글 돌며 “Nighty Night, sweetie.”라고 말하더니 그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루트는 재주 좋게 열쇠도 없이 밖에서 문을 잠그고 뚜벅뚜벅 복도를 울리며 걸었다. 쇼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 한껏 여유 부리는 루트를 쫓아가려면 쫓아갈 수 있었지만, 그냥 그대로 침대에 앉아 루트가 사다준 우유를 끝까지 비우고, 다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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